2019년, 스물넷 무늬의 글 달을 정말 좋아할 때가 있었다. 걸으면서 어딘가에 걸려있는 달을 발견하는 게,그 모양이 매일 달라지는 게,그런 달을 둥글게 만 손가락 안으로 넣어보는 게,그런 프레임을 사진에 담아두는 게 좋았다. 달에 대해선 할 말이 많았다.이야기가 떠올랐고, 끄적일 수 있었다.달은 나의 영역이었고,내 감성 지킴이였으며, 그를 돌보는 일은 곧 나다움을 돌보는 일이었다. 언젠가부터 달이 시들시들해졌다. 달은 내 앨범 속, 또는 내 다이어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딜 가든 보이는 달은 더이상 각별하지 않았다.사실 단 한 번도 달은 나만의 것이었던 적이 없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이들이 감상에 젖게 하는모두의 것이자,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다만, 내가 그렇게 착각하고 싶었던 것일 뿐. 바보같이 나만의 무언가라고 착각했던그 시절의 나는 달과 각별했다.마치 관계라도 맺은 것 마냥. 각별함을 잃은 달은 더이상 내게 소중하지 않아졌다.은밀한 고유명사가 아닌, 감성의 대명사였기에. 나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실은 거대한 벤 다이어그램의 교집합이었던 거지.달달한 착각에 내 영역은 보름달이었는데,순식간에 손톱달이 되어버린 거지. 때론 평범함은 위안을 주기도 한다.하지만 대개의 경우 슬픔을 주고 만다.모든 끔찍한 일은 내가 사실은 보통의 존재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석원의 말이 떠올랐다. 그 때부터 나는 무뎌지기 시작했다.혹은 어느새. click해서 이동 2019.5월의 무늬_이지러진 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