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자꾸만 엄마가 되려 해. 꽃들, 초록 식물들. 그리고 우리집 유별이까지도-처음엔 반대했지만 엄마는 자연스레 유별이에게 스스로를 '엄마'라고 부르잖아."엄마가 밥줄게", "유별아 엄마한테 와" 아직까지도 철부지에, 제 앞가림 못하는 딸 둘을 둔 엄마는 여전히 우리 둘의 엄마만으로도 족할텐데- 엄마는 자꾸만 무언가를 정성스레 키우고, 돌보고, 사랑을 주려 해. 자꾸만 엄마가 되려 해. 누군가에게 사랑을 쏟고 정성스레 키우는 거, 그거 쉽지 않은 일이잖아. 나는 그 사랑을 엄마에게 주었으면 하는데. 그래서 엄마, 다음 생이 있다면나는 엄마가 더이상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해.엄마가 엄마로서 주는 그 모든 사랑들을, 엄마에게 주었으면 해. 나에게 무한의 응원을 보내듯, 내가 집에서 나오는 날이면 싱싱한 과일로 반찬통을 꽉 채워주듯, 노을을 보면 내 생각이 나듯, 매일밤 내가 잘자는지 궁금하듯, 혹여나 어디 아픈덴 없는지 마음 졸이듯, 그렇게 엄마에게 사랑을 주었으면 해.엄마가, 아니 권경일이- 권경일의 엄마가 되었으면 해. 다음 생에는 말야. 엄마의 엄마가 나였으면 해.나는 엄마 덕에 이번 생에 내 멋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고 있는 것 같거든. 그래서 다음 생은 엄마를 위해 살아도 좋을 것 같아. 물론 많이 모자라고 부족할 거야. 그치만 헤아려지지 못했던 모든 서글픈 마음들을, 먼저가 아닌 뒤로 밀어두었던 그 마음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게.그리고 그 마음으로 엄마를 바라봐줄게. 그치만 엄마,이번 생은 계속 내 엄마해주라.내가 더 잘할게.엄마 딸로 더 잘해드릴게. 나도 엄마에게 무한의 응원을 보낼게. 놀러가는 날이면 과일을 싸줄게. 초록을 보면 엄마를 떠올리고, 매일밤 굳나잇 인사를 전하고. 늘 엄마의 건강을 염려할게. 자주 산책을, 여행을, 데이트를 떠나자. 손 꼭 붙잡고 수변공원을, 갯골공원을, 또 새로운 곳을 걷자. 먹어보지 못한 별별 음식을 먹어보고- 비싼 커피도 마시자. 나란히 앉아 네일도 받고, 영화도 보자. 내가 좋은 곳, 맛있는 곳 많이 데려가줄게. 엄마. 그니까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사랑하며 살자.고맙고, 또 고마워.엄마가 날 사랑하는 만큼,나도 엄마를 무지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