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나의 너에게, 전에 책을 읽었다고 했지, 짧게 이야기하자면-그 책은 혼돈과 질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여정을 담고 있어. 어릴 적 아버지로 부터 인생도, 자신 조차도 의미가 없고 혼돈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이 등장해. 사랑을 잃고 혼돈에 빠진 주인공은 19세기 한 어류 분류학자의 삶을 추적하다가 한 가지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어떤 걸 깨달았는 지는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 할게. 벚꽃이 떨어지는 카페의 테라스에서 마지막 장을 덮고, 눈물이 날뻔한 걸 애써 참았어. 내가 스위치에 연연했던 건, 어쩌면 내가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몰라. 누군가 이 넓은 우주에서 ‘나’라는 사람은 하나의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어. 그래. 내가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바꿀 수도 없겠지만, 그러한들 나는 내가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가끔은 의심이 들기도 했어. 내 존재가 생각보다 너무 작게 느껴질 때도 있었고,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들기도 했거든.군중 속에서 무채색의 인간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나를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무의미함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전구가 오래되어빛이 조금 약해졌다고 해도,결국 스위치를 켜는 것은 나니까괜찮다고 느껴졌나봐. 작은 영역이라도 내 손으로 비출 수 있다는 건 나를 필요한 존재로 만들어줬으니까.타성에 젖어서가 아니라, 정말 지금 상태도 괜찮았던 것 같아. 그런데 그 책을 읽고나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들, 그러니까 스위치나 전구조차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스위치는 다시 껐다 켜보기도 하고, 전구도 적당히 빛났다가 꺼지고 다시 밝게 빛나기를 오랫동안 반복하겠지. 정말 나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건,내가 스위치를 켜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 덕분이었어. 영원한 내 편이 되어줄 든든한 지원군, 나와 같이 이 모든 걸 일군 친구, 계절의 변화를 함께 느끼며 추억을 쌓는 이, 가끔 만나서 신세한탄하는 친구들, 그리고,네가 있었어. 아마 곁에 네가 없었더라면,나는 혼자서 몇 번씩 스위치를 끄다- 켜다-어느 샌가 사라져있거나,완전히 꺼져 버렸을 지도 몰라. 그러니까너는 나에게,정말 중요한 사람이야. 존재의 의미는 때로 너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해.한없이 가벼워서 금방 사라질 것 같다가도,어떤 때는 너무 무겁게 짓누르기도 하잖아. 너의 한 마디는 가끔 증발해버릴 것 같은 나의 존재를 가만히 붙잡아줘.내가 그저 옆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게끔 온기를 주기도 해. 그러니 가끔 무력감이나, 존재의 가벼움이나,무의미 같은 것들이 너를 누를 때,나를 기억해줬으면 해.네 덕분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나를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곳에 구원이 있을지 몰라.찾았다가 잃어버릴 수도 있고,더 큰 절망을 느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 순간 마저도 우리는 손을 잡고 있자.온기를 나누고 계절을 느끼자.같이 웃고, 울기도 하자.마음 한 구석에 든든한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자. 고마워.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줘서. ✍️2022.4.15from.너와 함께 걸어갈 무트 ps. 스포가 될까봐 책 이름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궁금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줘!힌트는...🐟